2009.06.15 02:18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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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참 부르기 쉽지만 어려운 이름입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입니다.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인데 아직도 어려운 것은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게 다가가야 하는 이 아들의 마음에는 꾸지람에 놀라고 훈계에 질려 늘 멀리 피하고 싶었던 겁 많은 아들이었습니다.

제겐 아버지의 추억보다 할아버지의 추억이 훨씬 많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할아버지와 근20년을 같은 방에 기거 했으니 추억이 더 많겠지요.

 큰집에 심부름가면 당산의 아름드리나무 곁을 지나거나 검고 어슥한 돌담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하는데 한번도 물린 적이 없으면서도 대문간에 큰 개가 무서워 늘 조마조마하며 다녀야 했던 그런 큰집인데도 어린 우리에겐 자부심이며 고을의 자랑이었듯이 저에게 아버지는 자랑이요 위엄인 두 얼굴이었습니다.

아버지, 나는 왜 아버지의 위선과 허물만을 보고 맞서려고 했었던지, 자식을 키워보는 이제야 아버지의 참된 모습이 보이는 것은 제가 아버지인 까닭입니까?

자식에게 이름을 남기시지 왜 헛된 묘비에나 남기려 하십니까? 아버지가 참으로 원하시던 일에 혼신을 다하지 못하시고 가문의 명예와 당신의 체면에 모든걸 바치셨습니까?

삼강오륜을 말씀하시면서 부자유친의 해석은 행간에 묻어두시고 세상살이를 아버지의 눈으로 읽지 않고 남이 읽어주는 세상에 맞추려고 하셨습니까?

아버지, 이 자식의 두 눈에 비친 것은 허상일 뿐이고 마음에 비친 것만이 실상이겠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고 저도 이제 아버지가 되고 보니 그게 바로 제 모습이더군요.

피는 못 속인다고 합니다만 오히려 사랑을 못 속이는 것이겠지요. 자식사랑은 부모들의 특권이니까요.

 이제 더 이상 아버지의 질책이 상처로 남지도 않을 뿐더러 마지막 사랑을 쏟는 말씀으로 들리며, 지금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이 아들은 아버지의 웃음과 칭찬의 말씀이 세상살이 무게를 얼마나 가볍게 해 주는지 모릅니다.

아버지, 지금까지 너무 돋음 발로 살아오셨습니다. 편한 걸음으로 사십시오. 이젠 제가 아버지의 짐을 대신 지겠습니다. 저도 이제 아버지입니다.

외롭고 쓸쓸해 지는 줄도 알고 계시지요? 자식은 아버지 곁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가 봅니다.

아버지, 제 마음이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아버지의 아들인 홍수가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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