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5 02:18

아버지

조회 수 19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버지!

참 부르기 쉽지만 어려운 이름입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입니다.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인데 아직도 어려운 것은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게 다가가야 하는 이 아들의 마음에는 꾸지람에 놀라고 훈계에 질려 늘 멀리 피하고 싶었던 겁 많은 아들이었습니다.

제겐 아버지의 추억보다 할아버지의 추억이 훨씬 많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할아버지와 근20년을 같은 방에 기거 했으니 추억이 더 많겠지요.

 큰집에 심부름가면 당산의 아름드리나무 곁을 지나거나 검고 어슥한 돌담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하는데 한번도 물린 적이 없으면서도 대문간에 큰 개가 무서워 늘 조마조마하며 다녀야 했던 그런 큰집인데도 어린 우리에겐 자부심이며 고을의 자랑이었듯이 저에게 아버지는 자랑이요 위엄인 두 얼굴이었습니다.

아버지, 나는 왜 아버지의 위선과 허물만을 보고 맞서려고 했었던지, 자식을 키워보는 이제야 아버지의 참된 모습이 보이는 것은 제가 아버지인 까닭입니까?

자식에게 이름을 남기시지 왜 헛된 묘비에나 남기려 하십니까? 아버지가 참으로 원하시던 일에 혼신을 다하지 못하시고 가문의 명예와 당신의 체면에 모든걸 바치셨습니까?

삼강오륜을 말씀하시면서 부자유친의 해석은 행간에 묻어두시고 세상살이를 아버지의 눈으로 읽지 않고 남이 읽어주는 세상에 맞추려고 하셨습니까?

아버지, 이 자식의 두 눈에 비친 것은 허상일 뿐이고 마음에 비친 것만이 실상이겠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고 저도 이제 아버지가 되고 보니 그게 바로 제 모습이더군요.

피는 못 속인다고 합니다만 오히려 사랑을 못 속이는 것이겠지요. 자식사랑은 부모들의 특권이니까요.

 이제 더 이상 아버지의 질책이 상처로 남지도 않을 뿐더러 마지막 사랑을 쏟는 말씀으로 들리며, 지금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이 아들은 아버지의 웃음과 칭찬의 말씀이 세상살이 무게를 얼마나 가볍게 해 주는지 모릅니다.

아버지, 지금까지 너무 돋음 발로 살아오셨습니다. 편한 걸음으로 사십시오. 이젠 제가 아버지의 짐을 대신 지겠습니다. 저도 이제 아버지입니다.

외롭고 쓸쓸해 지는 줄도 알고 계시지요? 자식은 아버지 곁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가 봅니다.

아버지, 제 마음이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아버지의 아들인 홍수가 올려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기독신문에 난 우리 교회 기사 최목사 2015.12.14 1108
161 10월 23일 저희형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며... 정덕영 2010.10.28 1986
160 수요 예배자들 모두가 금요 기도회에 참가할 그 날까지 ! 창용 2009.10.18 1983
159 Jesus Propose 이선영 2006.12.12 1981
158 이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4) honey 2009.04.18 1979
157 성령님이 인도하신 2009년 나의 삶 2 다대봉 2010.01.16 1975
156 이런 교회라서 우리 교회가 좋습니다(1) honey 2009.06.15 1958
» 아버지 경보 2009.06.15 1944
154 하나님의 관점(추천도서를 읽고) honey 2006.04.06 1944
153 대구 동신교회 마커스 초청 집회 4 file 엣지 2012.01.13 1942
152 이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3) honey 2009.04.18 1942
151 내 그럴 줄 알았어! 1 honey 2006.06.23 1942
150 중국대학선교회(CUM) 2011 중국선교컨퍼런스 1 중국대학선교회 2011.04.19 1929
149 cbs 대구방송 남성합창단의 정기연주회 cbs남성합창단 2006.11.03 1916
148 그랜드 캐년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honey 2006.02.23 1914
147 다빈치 코드 - 무엇이 문제인가? honey 2006.07.10 1900
146 기독교 사회선교 아카데미 file 성서대구 2011.01.03 1892
145 Again 1907 in Daegu 함께 동참해요.^^ 이런이런 2006.05.26 1889
144 사랑스런 아기들이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방사회복지 2010.04.30 1888
143 양질의 목양자료 많이 있어요 굳뉴스 2006.09.22 1886
142 2006 총신신대원 입시 특강 안내 - 성음성경연구원 하편 2006.08.10 18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