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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학교 수료 소감문

 

“아버지 학교” 개강하는 날

오전에 아내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다니고 있는 교회 집사님 들이 “아버지 학교”에 여러분 등록했다고 하는데 당신도 가보면 어떠냐고. 나는 교만하게도 자식들과 관계도 좋고, 대화도 잘 통하는 편이라 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정중히 거절했지만 아내가 수업 내용이 매우 좋다고 하니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종용했다. 아내 말에 설득 당하여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수업에 참가하게 되었다.

 

첫째 수업 날 오후

일과를 마치고 나니 시간이 빠듯하다. 조급하게 서쪽 끝, 상인동에서 동쪽 끝, 시지동으로 차를 몰았다. 수업하는 교회 안에 들어온 순간 난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교육생이 족히 90 명은 되는 것 같은데 가정에 문제 있는 분 들이 이렇게 많다는 말인가? 난 문제가 있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고 속으로 강변하면서 오만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원봉사자로 나온 분 들이 교육생과 비슷할 정도로 많았고 한분 한분이 교육생을 도와주기 위해 황금 같은 주말을 희생하며 우리와 함께 한다는 사실과 친 형제나 동기간을 대하듯 친밀하고 진지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수업 내용도 다양하여 사례 발표와 토론, 강의 등이 조화롭게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한 발 물러서 소극적인 방관자 입장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가족을 생각하는 모드로 변모되어 아버지 학교에 늪처럼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수업을 마친 후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고2, 고3된 아이 들과 허깅을 하면서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를 외친 후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까지 하니 아이들이 의아해한다. 엄마에게 “아빠가 이상해졌다”고 하더니 급기야 나에게는 “아빠 술 드셨어요” 라고 한다. 숙제 중이라고 말해주니 “그 학교 참 이상하네” 라고 하면서도 싫지 않은 눈치다. 다 큰 고등학생을 안아보니 짧은 순간이지만 별 생각이 든다. 사랑스럽다, 든든하다. 벌써 이렇게 컷나, 이젠 내가 안길 것 같네 등등.. 아내에게도 숙제를 했다. 마찬가지로 만감이 교차한다. 언제 안아봤지, 따뜻한 느낌이 다가오네. 사랑스럽다. 진작에 많이 안아줄 걸 등등..

 

첫 주 수업 후

아버지께 편지 쓰는 숙제가 아직 남았다. 일주일 내내 생각 만 이리저리 맴돌고 정리가 안되어 미루다가 수업 당일이 되어서야 서둘러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한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를 숙제를 기회로 차분하게 기억을 더듬어 보니 미워했던 기억도, 좋은 추억도 실타래 처럼 술술 풀려나왔다. 아버지의 외모와 습관, 성격 등이 아들인 나 자신 내부에서 철저하게 닮아있었고 또 그 부분이 나의 자녀들에게 까지 대물림 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가 떠오를 땐 소름이 끼칠 만큼 놀라웠고 내가 닮고 싶지 않은 부분은 대물림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결심했다.

 

둘째 수업 날

뜻 밖에도 교육생 들 앞에서 아버지께 쓴 편지를 발표하게 되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편지를 쓰는 동안 아버지를 좀 더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을 독백형식으로 회상하는 내용을 장황하게 적었는데 모든 교육생 들 앞에서 갑자기 발표하라 한다. 순간 당황되기도 하고, 나의 치부를 내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운 감정이 앞선다. 발표하는 동안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좋아했던 감정이 북받쳐 끝까지 읽을 수가 없어 마지막 부분은 진행자님이 읽어주도록 부탁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발표를 하고 나니 부끄러운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히려 속이 후련해졌다. 아마 아버지 학교 최고의 장점은 진솔하게 나 자신을 성찰하는 마음이 교육과정이 진행되면 될수록 스스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셋째 수업 날

대학교 졸업 25주년 홈커밍 행사관계로 세째 수업 날은 빠졌다. 수업을 듣지 못한 아쉬움이 커 교재를 이용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째 수업을 마친 후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조장님이 네잎클로버를 끼워 정성스럽게 코팅해준 “아내와 자녀가 사랑스런 이유 20가지”를 쓴 메모지를 내밀었다. 아들 들은 대단히 놀라고 감격하였다. 아빠가 이렇게 자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감사하다고 표현한 것도 모자라는지 각자 자기 방에서 아빠에게 감사하다는 문장을 하트모양과 함께 문자로 보내왔다. 아내의 반응은 더욱 열렬했다. “아내가 사랑스런 이유 20가지”가 모자라 21번을 나 스스로 표기한 후 ... 표시를 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아내에게 후한 점수를 얻겠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고 아내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져보니 사랑스런 이유를 쓰자면 50가지도 너끈히 쓸 정도로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아내는 매일신문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써왔는데 이 감동스런 사실을 글로 남겨야겠다며 당장 집필활동에 들어갔다.

 

저의 아내 정현주 집사의 칼럼 내용을 일부 소개하겠습니다.

아내가 사랑스런 이유 20가지의 내용은 내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내가 몰랐던 나의 부분 들을 혹은 하찮게 여겼던 나의 성품을 남편이 사랑스러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자 위대한 격려였다. 그런데 20이라고 인쇄된 칸을 다 메우고 난 후 여백에 21이라는 숫자와 함께 ...으로 축약되어 있었다. 사랑스런 이유가 스무 가지가 넘어서 나머지는 ...으로 표시했단다. 이 말은 내게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가슴 떨리고 황홀한 고백으로 다가왔다.

제 눈에 안경을 가진 팔불출 남편의 검증되지 않은 판단이지만 나를 사랑하는 이유가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많다는데 왜 내가 세상이 즐겁고 신나지 않겠는가?

 

네째 수업 후 일요일 저녁

조장님의 주선으로 조원 부부동반 식사를 하면서 좋은 관계의 시간을 가졌다. 공군 직업군인인 조장님께 네잎 클로버는 어디서 구하느냐 물었더니 시간이 날 때마다 K2 비행장 잔디밭을 누빈다고 한다. 좋은 성경구절을 조원 들에게 매일 문자로 보내는데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하느냐 했더니 기쁨이 넘쳐서 보낸다고 한다. 조원 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한 구절이라도 더 전하려는 조장님을 생각하니 너무나 고마웠고, 아주 작은 선물일지라도 큰 감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교육을 마치며

수업을 듣기 위해 토요일 마다 거의 6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지만 나에게는 아버지 학교가 참으로 의미있었다. 나의 아버지와의 관계, 자식과의 관계, 아내와의 관계, 하나님과의 관계 등을 생각할 때 수업이 진행될수록 내 자신이 문제없는 훌륭한 아버지인 줄로 착각했다는 반성과 함께 앞으로는 배운대로 가정을 살리는 좋은 아버지로 자리매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또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하여 서로 간의 허다한 죄를 덮으라”는 말씀대로 가정과 가족에 대하여 혼신을 다해 사랑하되, 머리 속으로의 사랑이 아니라, 몸과 손발이 열렬히 표현되는 가슴과 행동으로 우러나는 사랑을 하기로 결단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렇게 귀한 아버지 학교에 억지로 입교하게 해준 사랑스런 아내 정현주와 아멘 교회 남전도회 및 목사님께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아직 참여하지 못한 여러 교인 들께도 만학의 기회를 불태우시길 적극 강권한다.

 

아멘 교회 교인 여러분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좋은 가정 이루십시요

                                                                      대구 아버지 학교 39기    이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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