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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과 치안문제에 대한 현지 선교사의 시각

 

 

최근 2010 월드컵을 앞두고 남아공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남아공 치안에 대해 선교사에게 묻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늙으신 저희 부모님도 늘 치안에 대해 염려하시며 어떤지 물어오십니다. 기도해주시는 분들께 안부를 물을 때마다 이곳 치안에 대해 걱정해주십니다.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이 나라 소식을 보고서 그렇게 걱정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사건을 통해 이 나라의 상황을 보는 인식도 있지만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눈에 비친 이 나라의 상황을 보는 인식도 있습니다. 비전트립을 앞두고 치안에 대해 염려하시는 분들이 있으리라 봅니다. 현지인의 시선에서 본 치안문제를 이해하신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아시듯이 저희 가족이 이 나라에 온 지는 이제 겨우 1년이 넘었구요... 작년에 프레토리아에 살다가 올 해 이곳 포체스트롬으로 이사를 했답니다. 프레토리아는 인구 150만이 넘는 꽤 큰 도시(행정수도)이구요 이곳 포체스트롬은 인구 5만도 안 되는 작은 타운입니다. 그래도 아르헨티나 팀이 프레토리아에 머물고, 포체스트롬은 스페인팀이 머뭅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인구 40만의 러스텐버그에 머물지요. 제가 사는 곳에서 러스텐버그까지는 200km 가까이 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공항이 있는 요하네스버그까지는 160km 달려야 합니다. 요하네스버그는 최대 상업도시로서 최대 흑인밀집지역인 소웨토 인구를 포함하여 약 700만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기장은 소웨토에 있지요.

 

이곳 월드컵 열기는 큰 길(메인도로)에 나가면 느낄 수 있답니다. 도로 주변에 월드컵 참가국가들의 국기를 꽂아두고 있고, 길거리마다 국기를 파는 흑인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공영방송에서는 연일 월드컵에 대해 광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곳 현지인(백인과 흑인)들은 월드컵을 어떻게 볼까요?

 

축구는 흑인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땅은 넓고 공만 있으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델라 이후 들어선 흑인정부에서는 열심히 홍보하지만 가난한 흑인들은 표를 구할 수 없고, 이 나라의 10%를 차지하지만 90% 이상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백인들은 워낙 럭비와 크리켓을 좋아하는지라 흑인들처럼 그리 뜨거운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백인들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흑인들은 축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작은 타운마다 운동장이 있어서 자주 경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이 나라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듯이 (흑인들은 한국 사람을 보면 중국 사람인 줄 압니다.) 이 나라에 대해 의외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 중에서 한국교민수가 가장 적은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한 도시인 상파울루만 해도 교포수가 3만이 넘지만 이곳 남아공은 모든 도시의 교포수를 다 합쳐도 (요하네스버그 약 300가정, 프레토리아 약 200가정, 대사관 15가정, 더반30가정, 케이프타운 330가정, 기타도시 90여 가정) 5천여명이 될 까 싶네요. 그리고 세계 어디를 가든 교포들은 모여서 사는 경향이 있는데 이곳은 워낙 넓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인구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나라의 크기는 한국의 12배가 넘습니다.)

 

이곳에 사는 교포들은 넓게 퍼져 있습니다. 케이프타운에 사는 교포들은 주로 포트엘리자베스 경기를 보러 갈 것이고, 프레토리아와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교포는 더반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의외로 가까운 소웨토 경기장에는 많이 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웨토는 요하네스버그 남서쪽에 위치한 인구 500만의 최대 흑인 밀집 지역인데 밤에는 흑인들도 잘 다니지 않는 곳입니다. 아무튼 이곳 교포들은 역대 월드컵 개최국 중에서 가장 작은데다가, 치안도 그렇거니와,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아마도 교포들의 참가는 역대 최저가 될 것입니다. 이 나라에서 치안이 제일 불안한 지역을 꼽으라면 요하네스버그와 소웨토 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금과 다이아몬드가 생산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이곳 현지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국 같았으면 이번 국제행사를 계기로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고 그래서 국가의 위상을 끌어올려서 경제적인 효과를 보자는 마음으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곳 흑인정부는 월드컵을 열심히 홍보하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4500만이 단일민족이고, 땅이 좁지만, 비슷한 인구를 가진 이 나라는 공식언어만도 11개나 되고, 다양한 인종그룹과 워낙 넓은 땅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있는 타운에서 포트엘리자베스 경기를 보러 가려면 승용차로 10시간을 달려야 합니다. 실제로 흑인들은 월드컵을 통해 무언가를 이뤄보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흑인들의 세계관이 한국사람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지요. 세계관의 차이는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한국사람은 이번 계기로 무엇인가 이뤄보자는 생각을 하겠지만 이곳 흑인들은 대다수 그저 '인생에 한 번뿐인 축제'를 최대한 즐기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이곳 치안은 어떨까요?

 

이곳 치안상황에 대해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치안이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프레토리아, 요하네스버그, 소웨토, 더반 등은 밤에는 흑인들도 외출을 꺼립니다. 여행하기에 매우 위험한 미국의 시카고나 러시아의 모스크바나 나이지리아의 수도인 아부자(Abuja)가 있다면 이 나라에는 요하네스버그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카고 흑인 슬럼가가 여행하기 위험하다고 해서 미국 전체가 위험하지 않듯이 요하네스버그가 위험하다고 이 나라 전체가 위험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 교포들이 한국 정부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것은 얼마전 이 나라를 여행 자제국가로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국가대표팀을 보내는 나라에 대해서 이와같이 외교부가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처사라고 이곳 교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이같은 반응은 치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 매스컴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결과인 것입니다. 이것은 코끼리 다리를 만져보고 코끼리는 기둥과 같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이곳 치안에 대해 좀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백인은 거의 없습니다. 대중교통은 거의 택시(12인승 승합차)인데 흑인들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총기휴대를 허용하는 나라인데 택시 운전자들은 자위차원에서 총기를 휴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운전자가 강도로 변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하여 혼자서 이곳 저곳으로 여행하는 것은 이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가용을 타고 여행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이 나라 현지인들은 여행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 증거로 주유소마다 자동차를 무료로 점검해주고 오일과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해주는 서비스가 한국보다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밤에 다니는 것은 어떨까요?

 

밤문화가 발달한 한국과 달리 이곳은 밤문화가 거의 없습니다. 밤에 혼자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단점이 되겠지만 오히려 가족문화가 발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출할 수도 없고, 가출해서 갈 곳도 없답니다^^ 저는 오히려 이곳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한국보다 많아진 것이 감사합니다.

 

어제 인터넷 신문에 보니 요하네스버그에서 강도를 당한 취재진 기사를 보았습니다. 요하네스버그가 제일 심한 곳입니다. 왜냐면 최대 상업도시이고 돈이 많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밤에 공중화장실을 가는 것은 날 잡아먹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케이프타운은 최대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워낙 경찰인력이 많아서 상대적으로는 요하네스버그보다 낫습니다.)

 

운전할 때 정지한 상태에서는 좌우를 항상 살펴야 합니다. 프레토리아에서 살 때, 그리고 사역지로 오갈 때마다 언제나 뒤따라오는 차량이 있는지 항상 살피곤 했습니다. 저는 아직 강도를 당하지 않았지만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교포들은 한 두번은 다들 경험했을 겁니다. 프레토리아에 살 때에도 강도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들었고, 프레토리아 지역신문에서 거의 톱뉴스를 차지했습니다. 프레토리아 동부지역은 거의 매일 강도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레토리아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요하네스버그는 '강도의 소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밤은 매우 위험하고, 대낮에도 프레토리아나 요하네스버그 도심에서 운전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프레토리아 도심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어느 백인이 흑인에게 강도를 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것은 말씀드려야 하겠네요.. 부분을 보고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매스컴의 특성상 이슈가 되는 것을 다루는 것이 생리이고, 매스컴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다루는데 더 익숙합니다. 그러다보면 매스컴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전달될 때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곳 치안이 불안하다고 하지만 나름 조심하는 것이 몸에 배이고 나면 의외로 한국보다 편한 부분이 있는데 치안불안에 대해 한번 보도가 되면 그 기사를 보는 일반 대중은 남아공이 매우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이곳 남아공 사람은 매스컴에 보도되는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매스컴을 통해 이곳 현지인들에게 비친 한국은 치안이 불안한 남아공보다 훨씬 더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는 한국,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국에 대해서만 보도가 되거든요.

 

이곳 현지인들은 남한에서 왔다고 하면 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사냐고 묻습니다. CNN에서도 계속 보도되는 것은 천안함 사건, 핵무기 등만 보도한답니다. 제가 흑인 목회자들에게 강의할 때 가끔 제가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하면 다들 놀랍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한국의 거의 모든 남자들이 실제로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고 사람 죽이는 연습을 했고, 저도 군대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하면 흑인 목회자들은 모두들 저를 무슨 람보나 된듯이 바라봅니다. 자기들보다 힘도 없고 키도 작고 약해보이지만 자기들은 실제로 총을 쏘아본 적이 없거든요.

 

한국의 치안은 이곳보다는 낫겠지만 보안문제는 이곳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은 그것이 몸에 배였기 때문에 한국이 제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 나라에 대한 보도를 본 사람들마다 한국이 안전하다고 그래서 안전한 나라에서 사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곳 현지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매우 위험한 나라입니다^^ 치안이 불안한 것은 보안이 불안한 한국에 비교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치안이 안전하고 밤에도 다닐 수 있겠지만 보안문제가 남아공보다 훨씬 크지요.

 

70년대에 많은 한국분들이 전쟁이 두려워서 비자가 면제된 파라과이 등으로 이민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국이 88 올림픽을 개최할 때 해외에서는 주로 데모하는 장면만 내보냈던 것으로 압니다. 제가 대학 졸업반때 올림픽을 개최했기 때문에 잘 알지요. 저도 학교 다닐 때 3만부 찍어내는 학교 신문사 편집장으로도 활동했었구요. 그래서 매스컴의 생리를 조금은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해외에서는 그렇게 위험한 나라에서 어떻게 올림픽을 치러낼 수 있느냐고 해외에서는 다들 생각했습니다. 매스컴에 비친 한국을 볼 때 한국에 대한 인식을 그렇게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데모는 이미 몸에 배인 상황이기 때문에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이곳 교포나 이곳 현지인들에게 치안은 이미 몸에 배인 것이기 때문에 그리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강도를 안 만날 지를 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심하는 것이 몸에 배고 나면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처음 경험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치안이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한국을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보안이 훨씬 심각한 위험이 되겠지요.

 

그러면 이번 월드컵에 이곳 교민들의 참가율은 어떨까요?

 

제가 살고 있는 (스페인 팀이 머무는) 포체스트롬 타운에서는 한인 가정이 7가정 정도, 식구들이 다 모여도 50명 정도인데, 대사관과 한인회에서 버스를 마련해주면 포트엘리자베스 경기로 단체 응원을 가기로 했다가 버스가 어렵다고 하자 개인적으로 가는 것은 너무 무리가 되어 취소한 것으로 압니다. 역대 월드컵이 개최될 때마다 한인회에 큰 자금이 흘러들어오는데 어느 나라는 돈 때문에 한인회가 둘로 나뉘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이 나라는 교포들이 가장 적고, 후원금도 역대 가장 적은 것으로 압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장이 소웨토인데 여기서 150km 떨어진 곳이지만 인구 500만의 최대 흑인 타운이고 경기가 밤에 있기 때문에 다들 꺼려하고 있습니다. 아마 교민들이 얼마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곳에서는 밤에 다니는 것 자체가 꺼리는 일입니다. 밤문화가 발달해서 밤에도 길거리를 다닐 수 있는 한국이 좋다고 저도 작년에 와서 처음에는 생각했었답니다. (흑인 목회자들에게 강의할 때 한국은 밤에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밤에는 일체 운전해서 다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강도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부 도심을 제외하고는 가로등이 없기 때문이고, 또 밤에 운전할 때 흑인들은 잘 보이지도 않기에 매우 위험합니다. 한번은 밤에 운전하는데 길가에 가는 자전거만 보이고 자전거를 모는 흑인은 보이지 않아서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밤에 흑인들을 만나면 하얀 눈동자와 치아만 보입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치안이 불안한 밤 때문에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서 예배도 드리고 가족의 시간도 갖고 대화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한국의 밤문화가 좋다고 하지만 저는 외려 밤문화 때문에 한국에서 가족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네요.

 

이곳에 사는 한국 청소년들은 밤문화로 타락할 일이 없고, 가출할 데도 가출할 일도 없거든요.^^ 이곳 한인 청소년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른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잘 하고 성실하게 공부를 잘 합니다. 한국에서는 말씀으로 지도하던 청소년들도 인사를 잘 안하지만 이곳에서는 한국인이란 이유로 그냥 인사를 잘 합니다.

 

저는 그것이 밤에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이 나라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가 빛나면 다른 쪽에서 그림자가 있는 법입니다. 한국의 밤문화가 처음에는 자랑스러웠지만 다른 한 쪽의 그림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처음에는 스트레스의 주범이었지만 이제 적응기간을 거치고 몸에 배이고 나니 오히려 밤에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것이 가족과 가정에 큰 빛이 되었습니다. 제가 프레토리아를 떠나 이곳 포체스트롬으로 이사한 이후 훨씬 안정감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곳 포체스트롬은 담이 없는 집도 많고, 밤에도 자유롭게 산책할 수도 있는 타운입니다. 남아공에서 이런 타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밤에 혼자 다니는 것, 밤에 운전하는 것은 꺼림직합니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에도 차라리 새벽에 출발해서 해지기 전에 도착하려고 운전계획을 세웁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운전문화는 한국보다 이 나라가 훨씬 낫습니다. 이 나라는 신호등이 꺼지더라도 결코 정체되는 법이 없습니다. 한국처럼 서로 가려는 법이 없고 서로 먼저 양보하려고 합니다. 서클(한국에서는 로터리)이나 사거리에 신호등이 없어도 순서를 따라 하나씩 하나씩 빠져나갑니다. 처음에는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가 큰 부담이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편하고 안전한지 모릅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어두움이 있으면 밝은 빛도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처음 이 나라를 경험할 때는 상대적으로 이 나라보다 한국이 더 좋은 점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한국보다 더 좋은 점이 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선교사이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이 나라를 품고 사랑하지 못하면 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국에 사는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의 좋은 점이 더 많이 보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살다가 이곳을 잠시 여행하면서 이 나라의 좋은 점을 더 많이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월드컵을 계기로 이 나라가 알려지는 것은 좋은데 부정적인 것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더 좋은 점이 많은데 말입니다. 그리고 20년만에 세계복음화 대회인 로잔대회가 가을에 케이프타운에 열립니다. 교회의 눈으로 볼 때 월드컵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는 대회입니다.

 

지금 남아공의 최대 교역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인과 중국산 제품이 엄청나게 몰려옵니다. 중국이 대대적으로 이 나라와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까닭은 한 가지 이유 지하자원 때문입니다. 아프리카는 마지막 남은 세계경제시장입니다. 중국은 그것을 선점하려고 합니다. 한국이 중국으로 몰려갈 때 중국은 벌써 아프리카에 몰려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지하자원이 가장 많은 대륙이고, 세계에서 가장 노동력이 싼 대륙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뒤쳐지면 안되겠지요..

 

 

이상 이곳 현지인들과 사역자의 시각에서 본 2010 월드컵과 치안문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부분을 보고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피하고 하나님이 보시는 대로의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기도하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매스컴이 보여주는 것이 이 나라의 전부가 아니고,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나라에 비전트립을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부탁을 드리는 것은 꼭 이 나라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게 되시도록 기도하시는 것입니다. 어느 한 개인의 말이나 평가에 흔들리기 보다 하나님이 보여주시도록 잠잠히 기도하면서 여행하신다면 비전트립이 매우 유익하리라 확신합니다.

 

남아공 포체스트롬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