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물붓기? - 이종헌

by honey posted Nov 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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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에 물붓기?

- 이종헌 - 

 

홍콩에 가면 어떤 교회가 있는데 100년 전에는 절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미국서 선교사가 왔는데 이 사람은 밥만 먹으면 그 절에 가서 스님과 친분을 쌓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으로서 사랑으로 섬기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가 어느 날 스님에게 이런 마음이 들었답니다. 이 절을 물려받을 마땅한 사람이 없는데 차라리 이 미국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 낫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절이 교회가 되었답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그런 내용의 이야기였습니다. 미국에서 온 선교사가 절에 다니던 그 시간들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살아있을 때 열매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하나님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열매를 거두게 하십니다.

 

오래 전부터 티벳을 품고 현장에서 생활하신 선교사님 부부가 있습니다. 불교가 생활이고 세상의 전부인 티벳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을 따라 티벳인을 찾아서 중국에 가서 몇 년 살다가, 7년 전에는 티벳인들이 망명해서 사는 인도의 티벳인 마을로 가서 그들과 접촉하며 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열매란 그들 중 가문이 좋은 집안 출신의 승려와 친하게 된 것입니다. 세 명 정도 친밀하게 되고, 티벳어로 된 성경을 전해주고 읽힐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라고 말할 시기까지는 아닙니다. 만약 경제적인 여력이 있다면 그들을 미국이나 한국에서 유학을 시키고 기독교 문화에 노출시킨 이후에 자연스럽게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고, 먼저 그들의 가정이 복음화 된 이후에 티벳 마을에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티벳인의 복음화를 위해 그들을 유학시킬 경비 1억5천만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비량 선교의 필요를 인식하고 다른 쪽으로 노력을 합니다. 그 선교사님 부부가 티벳인을 품고 살아온 10여년의 세월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하나님은 그들을 떠나지 않으셨으며, 선교사로서 그들의 삶은 하나님의 마음을 공감하는 하나님과 친밀한 삶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가에는 개인주의가 팽배합니다. 제가 아는 어느 금융회사가 있는데, 거기서는 모든 데이터를 모든 사원이 공유합니다. 누군가가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 그 자료를 모두가 공유합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올려놓은 자료가 몇일 지나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 고쳐져 있습니다. 누군가가 시기하는 마음에 데이터를 하나 살짝 바꿔놓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짜서 그 데이터를 누가 고치는가 봤더니 평소에 친하게 대해주며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일반 사회가 어떤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남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야비한 짓을 하는 미국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아직도 기독교인으로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며 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아직 미국이 건재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미국의 선교사들이 자녀가 죽는 것을 무릅쓰고 오지로 선교를 갑니다. 어떤 사람은 선교지의 땅을 밟자마자 원주민에게 살해되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 또 다른 선교사가 자녀들을 데리고 갑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선교지로 가는 그들의 발검음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닙니다.

 

중국에 티벳인이 600만명 정도 있는데 어느 땐가는 중국 정부에서 그들 중 100만명 이상을 죽인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누군가의 편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면 중국인에게도 하나님의 마음이 있고 티벳인에게도 하나님의 마음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방식으로 선교를 이루어 가실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는 하나님의 계획대로 흘러갑니다. 선교사는 하나님의 선교 역사에 뛰어들어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가까이서 경험하는 사람입니다.

 

중국의 만리장성에 관하여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리장성은 너무나 길어서 돌아서 들어갈 수 없고, 너무나 높아서 올라서 넘어갈 수가 없고, 너무나 두꺼워서 뚫고 지나갈 수 없는데, 수문장에게 뇌물을 주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수문장 한 사람이 국가관을 제대로 갖고 있었다면 뇌물을 받고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모두도 제대로 된 세계관, 가치관, 선교관을 가져야 합니다. 선교지에 가보면 현지인과 동화되어 그들의 나쁜 관습을 답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교사는 나의 이름을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현장에 뛰어들어서 현지인들과 섞여 살되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며 구별된 삶을 살아간다면 언젠가 하나님이 열매를 거두실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 농토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60%만 가지면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부의 편중이 굶어 죽는 사람을 나오게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물질적으로 너무나 풍족하게 살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눈이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곳을 보면서 하나님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내가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나는 다만 하나님의 청지기라는 생각으로 겸손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어떤 형태로든 선교에 동참합니다. 어떤 사람들과 같이 몸으로 현장에 나가든지, 헌금으로 동참하는 것도 매우 귀중한 사역입니다. 또 현지 선교사들의 사정을 공감하며 그들의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도로 후원하는 것도 아주 큰 역할입니다. 결국 모든 족속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우리의 몸과 마음과 모든 소유를 드리는 것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입니다.(201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