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9 17:36

삶의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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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간표

 

(1) 3년 전 선교사의 이름으로 가족과 함께 이 땅을 처음 밟았을 때 젊은 나이에 선교지에 와서 헌신하는 다른 선교사들을 보면서 '마흔이 넘은 이 나이에 와서 이제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자괴감으로 한 동안 마음이 어려웠었는데요. 그런데 곧바로 사역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깨닫게 된 것은 주님의 시간표는 각자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천년이 하루같고 하루가 천년 같으신 주님에게는 사람의 늦은 것도 늦은 것이 아니며 이른 것도 이른 것이 아니지요. 단 하루를 살다 가더라도 주님 보시기에 얼마든지 최고 최선의 삶이 될 수 있고 수 천년을 살더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2) 주님은 각기 다른 시간표를 가지고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지금 내게 의미 없는 것도 나중에 의미가 있는 것이 되고요 실패라고 여긴 것이 훗날 성공의 토대가 되기도 하지요. 선교지에 처음 나올 때 '난 실패한 목회자'란 생각이 한 동안 떠나지 않았는데요. 3년쯤 사역하면서 보는 것은 한국에서 20년 동안 교역자 생활을 한 것이 이곳에서 흑인 목회자들을 섬길 때 큰 자산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보다 10년 먼저 이곳에 와 계신 선교사님들이 할 수 없는 것을 제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의 시간표는 주님이 들여다보고 계시니 하루하루 종으로서 순종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주님께 바라는 것은 또 다른 20년을 이곳에서 가난한 주의 종들을 위하여 드려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3) 사람은 누구나 미래에 대해 예측하며 불안해하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미래에 대해 무대책으로 그저 하루하루 즐기면서 살아가려는 흑인들이 독특한 시간관도 문제가 분명 있지만 너무 고민하는 것도 영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요. 고민할 것은 하고 준비할 것은 하되 그 모든 것을 주인께 맡겨드리고 종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종은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요 생활은 주인이 책임져주니까. 시키는 것만 잘 하면 주인에게 떳떳하게 기대하고 요구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오직 나를 이곳에 보내신 주인의 뜻만을 생각하기로 결심해봅니다. 그것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최선의 준비일테니까요.^^

 

(4)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급한 것과 중요한 것을 잘 구별하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선교지의 삶은 단순하기도 하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서 나름 스트레스도 받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불쑥 문제가 튀어 나오는데 그런 문제들을 일일이 대처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쉬운데요.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묵상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고요. 주님께 지혜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때로는 겸손히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요. 모든 문제를 스승으로 간주하고 배우려고 하고.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주님은 우리가 혼자서 짐을 짊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고 다른 사람과 나누기를 원하십니다. 일이 생각대로 잘 안풀려서 답답하면 혹 주님의 시간표를 모르는 것이 아닌지,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지요.

 

(5)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모세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던 때 자기 날을 계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요. 광야에서의 방황은 40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주님의 말씀을 단지 안다면(민 14:33). 하지만 오늘 우리에게도 모세의 이 기도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주님의 시간표를 알게 해달라고 오늘 우리는 기도할 수 있고 또 기도해야 합니다. 지금 내게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가르쳐 달라고 말입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저의 영적 멘토이자 스승이었던 외할머님이 소천하시기 전에 당신이 소천하실 때를 알고 계셨지요. 어릴 적 제게 큰 충격이었는데요. 주님이 우리에게 우리의 남은 날을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다. 나의 남은 시간을 아는 것 그것이 지혜로운 마음입니다.

 

(6) “오직 지혜 있는 자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 시간은 카이로스와 크로노스가 있지요. 카이로스는 결정적인 때 사건으로서의 때이고 크로노스는 흘러가는 일반적인 때이지요. 지혜는 이슈를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이슈를 일으키는 삶이지요. 흘러가는 시간을 특별한 기회로 구속하는 것이지요. 쉽게 말하면 의미 있는 삶인데요, 하루를 바쁘게 살아도 의미 없는 삶이 있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같고 한 것이 없는 것 같아도 의미 있는 삶이 있지요. 그러려면 반드시 "주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엡 5:17). 주의 뜻을 모르면 아무리 바쁘게 살고 많은 일을 하더라도 세월을 허송한 것이며 결국 공허한 삶을 산 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이해"하고 일상의 시간(크로노스)를 구원해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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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락 선교사님의 소식을 전하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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